자투리천 새활용 프로젝트(2) 이상과 현실의 차이


두 번째 기록은 부제목이 있어요.


'난 이게 생각대로 될 줄 알았어...'

네..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현실과 타협한 이야기입니다.



봉제공장을 운영하시는 부모님을 둔 공통점이 있는

친구와 저는 꽤 여러날동안 이야기를 나눴어요.



"우리가 새활용 제품을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 원단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나는 어른들 복지관에서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쓰이면 좋겠어."


"나는 이걸로 어린이 환경 교육 수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


양말목 활용 사례처럼

자투리 원단으로 새활용 키트를 

만들어보자고요.


근데 둘 다 본업이 있는지라

이따금씩 생각나는 날 조금씩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그래서 반년이나 걸렸어요...)


근데 저는 그냥 남는 원단은

다 롤로 자르면 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생각보다 제한이 많더라고요.....





한계 1. 생각처럼 가늘게 자를 수가 없었다.

롤로 일정하게 자를 수 있는 폭의 제한성




남는 원단을 롤로 자르는 과정은

먼저 원단의 양쪽 끝을 이어서

원통형으로 만들어줘야 해요.


그러고 나서 롤 커터 기계에 걸고

일정한 간격으로 돌돌돌 잘라줍니다.



보통 공장에서 이 기계를 쓸 때는

티셔츠 랍빠감을 자르거나 헤리감을 자를 때 쓰는데

3cm 정도 두께감으로 자주 자르거든요.



3cm대부터 조금씩 폭을 줄여가기 시작했는데,

폭을 작게 줄이니까 재단을 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물론 이건 원단의 특성마다 다르게 영향을 받긴 하는데

가늘게 자르면 중간에 끊어지기도 합니다.



뜨개나 위빙을 하려면 실처럼 폭이

가늘수록 예쁘게 나올 것 같았는데 말이죠.


마음 같아선 1cm 폭으로도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손으로 한 줄씩 자르는 건 가능한데

일정한 크기로 원단을 계속 잘라내려면

너무 얇게 하기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얇고 굵게 다 잘라보다가

결국 2cm가 딱 적당한 것 같다,

현실과 1차 타협을 보았습니다.








한계 2. 롤로 자르기 어려운 원단들이 존재한다.

특히 미친듯이 늘어나는 시보리 원단들.



티셔츠 목부분이나 맨투맨 소매, 밑단 부분에

달아두는 신축성 있는 원단 아시죠..

그 아이는 롤로 자르기가 어렵대요.


시보리가 몸판 원단이랑 탕이 안 맞으면

교환하고 교환하고 교환하는 이슈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시보리가 많이 남아있었는데

다른 방법으로 써봐야겠어요.






한계 3. 직기원단은 절단면이 계속 풀려서 너무 빈티지하다.

셔츠나 가방 원단 같은 걸 보면 원단 끝부분이 계속 풀려요. 빈티지한 느낌을 주기엔 괜찮은데, 뜨개질을 하기엔 다이마루 원단이 더 적합하더라고요.








한계 4. 원단은 꽃~가루를 날~려~

절단 표면에서 원단 입자가 먼지처럼 떨어지는 소재가 있음.




이거는 진짜 생각도 못 한 걸림돌이었는데

원단을 잘랐을 때 이렇게

먼지처럼 가루가 떨어지는 소재가 있더라고요.


이건 좀 심한데.....???




뭐 하나만 만들었다 하면

온 동네가 나 원단 가지고 놀았다고

아주 잔뜩 티가 날 수밖에 없었죠.



근데 세탁을 한 번 하고 나니까

이 가루들이 안 떨어지는 거예요..?!


아 근데 이 원단들을 다 세탁해서 절단할 수도 없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양말목도 건조기에 돌려서 먼지를 뺀다는 글을 봤어요.


그럼 건조기를 돌려봐야죠.




건조기를 10분 정도 돌린 다음에 자르니까

신기하게도 원단 가루가 덜떨어져요.


모든 소재가 다 그런 건 아니라서,

테스트로 잘라보고 특이한 소재는 건조기를

돌리면 될 것 같아요.


근데 말이죠..

이상과 현실의 차이의

하이라이트가 이제 등장합니다.





한계 5. 원단 믹스는 어려운 것이었다.

이 새활용 키트의 꽃은 원단 믹스였는데.............

좌절된 무지개실의 꿈



여러분 무지개실 아시죠..? 

그 개념으로 원단을 믹스하고 싶었어요. 

여러색상이 계속 반복해서 나오도록 말이죠.




<원단 믹스를 하고 싶었던 이유>


모든 원단이 발매트로 만들기에 다 적합한 게 아니거든요.

폴리가 많이 섞인 것도 있고, 쉬폰도 있고요.

근데 그게 면 원단과 적절하게 섞이면 괜찮아서

더 많은 원단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컬러를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고,

리미티드한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 얼마나 좋아요.



이상적인 꿈을 가지고 3가지 다른 원단을 믹스해봤는데 말이죠..



<원단 믹스가 어려운 이유>


1. 원단마다 폭이 다 다르다.


짧은 원단에 긴 걸 이어서 붙이면

긴 원단의 남는 부분을 잘라내야 하는데

그럼 로스분(=낭비)이 또 생긴다.


블랙 원단보다 화이트 원단 폭이 더 넓어서 두 개를 이으려면 화이트 폭을 줄여야 했거든요.




2. 이음새가 많으면 롤 재단 효율이 떨어진다.


계속 걸려서 작업시간이 늘어나고

원단마다 방향도 통일해서 연결해야 하고

그냥 이어 박기만 하면 안 된다.




원단 사이사이마다

오버로크로 연결을 해줬는데

커팅기에서 돌면서 이음새 부분마다

계속 걸리더라고요.



이걸 오드람프로 박아올 수도 없고....

(한정된 시간자원)




3. 컬러 조합이 엄청난 영향을 준다.


원단을 구입하는 게 아니라

남는 원단끼리 색 매칭을 해야 해서

예쁘게 믹스하려면

진짜 머리를 열심히 굴려야 하는구나..




공예하시는 분들 보면

색 조합이 필요한 부분에서

딱딱 끊어서 색을 넣는데

무지개실을 상상하며 도전했던

이 믹스는 생각보다 예쁘진 않았습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그래서 결국 단색 롤로 재단하기로 했어요.



다음 편에서는 이 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나눴던 이야기로 채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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